보증기관의 대항력 포기 확약서,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선순위 대항력 임차인이 있는 물건은 대개 유찰이 반복됩니다. 최저가가 아무리 떨어져도 낙찰자가 보증금을 인수해야 하기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물건 중 일부가 어느 순간 경쟁이 몰리는 물건으로 바뀝니다. 보증기관이 대항력 포기 확약서를 제출한 경우입니다.
확약서 한 장으로 인수 부담이 사라지니 물건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다만 “확약서가 있다”는 정보만 보고 들어가면 안 됩니다. 법이 정한 것과 실무 관행이 어디서 갈라지는지 정리합니다.
법령은 2026년 9월 22일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한 「주택임대차보호법」[시행 2026. 1. 2.] [법률 제21065호] 기준입니다.
1. 왜 인수 부담이 생기는가
출발점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5입니다.
임차권은 임차주택에 대하여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가 행하여진 경우에는 그 임차주택의 경락에 따라 소멸한다. 다만, 보증금이 모두 변제되지 아니한, 대항력이 있는 임차권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5
원칙은 소멸이고, 예외가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할 때입니다. 대항력이 있을 것, 그리고 배당으로 보증금을 다 받지 못했을 것. 이 두 가지가 겹치면 남은 보증금이 낙찰자에게 넘어옵니다.
그래서 이런 물건은 최저가가 아니라 최저가 + 인수보증금으로 봐야 합니다. 보증금이 시세에 육박하면 최저가가 반값이 되어도 실질 취득가는 시세를 넘습니다. 유찰이 반복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2. 보증기관은 정확히 무엇을 승계하는가
임차인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했고 보증사고가 나면, 보증기관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하고 그 채권을 넘겨받습니다. 이 구조의 근거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7항입니다.
다음 각 호의 금융기관 등이 (…) 우선변제권을 취득한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을 계약으로 양수한 경우에는 양수한 금액의 범위에서 우선변제권을 승계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7항
각 호에 열거된 기관은 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산업은행, 농협은행, 수협은행, 체신관서, 한국주택금융공사, 보증보험 허가 보험회사, 그리고 제9호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입니다. 제10호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관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정확히 읽어야 합니다.
① “양수한 금액의 범위에서”
승계 범위가 법에 못 박혀 있습니다. 보증기관이 보증금 전액을 지급하고 채권 전부를 넘겨받았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일부만 지급한 경우라면 그 금액만큼만 승계됩니다. 나머지는 여전히 임차인의 권리로 남습니다.
이 지점이 실무에서 가장 위험합니다. 보증기관이 낸 확약서는 자기가 승계한 범위에서만 효력을 가집니다. 임차인에게 남아 있는 부분까지 처분할 수는 없습니다. 보증금 총액과 보증기관의 양수액 사이에 차액이 있으면, 그 차액은 인수 대상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② 법이 정한 것은 ‘우선변제권’ 승계입니다
조문을 다시 보면 승계 대상은 우선변제권입니다. 대항력 자체가 보증기관에 넘어간다고 규정한 조문은 없습니다. 우선변제권은 배당에서 순위를 확보하는 권리이고, 대항력은 낙찰자에게 임대차를 주장하는 힘이라 성격이 다릅니다.
뒤에서 볼 ‘대항력 포기 확약서’가 법정 제도가 아니라 실무 문서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3. 보증기관도 권리를 잃을 수 있습니다
제3조의2 제8항은 승계받은 기관이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를 셋으로 정합니다.
- 임차인이 제3조 제1항·제2항 또는 제3항의 대항요건을 상실한 경우
- 제3조의3 제5항에 따른 임차권등기가 말소된 경우
- 「민법」 제621조에 따른 임대차등기가 말소된 경우
1호가 실무의 핵심입니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받고 이사를 나가면서 전출신고를 해버리면 대항요건이 깨집니다. 그러면 보증기관은 승계받은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보증사고 처리 과정에서 임차권등기명령을 먼저 받아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임차권등기가 있으면 임차인이 퇴거해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됩니다.
덧붙여 제9항은 금융기관등이 우선변제권을 행사하기 위해 임차인을 대리하거나 대위하여 임대차를 해지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보증기관이 임차인의 지위를 그대로 물려받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입찰자 입장에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등기부에 임차권등기가 살아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고, 그 등기의 권리자 표시에서 승계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4. 대항력 포기 확약서의 정체
지금까지 본 것처럼,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대항력 포기’라는 제도가 없습니다. 확약서는 승계인이 낙찰자에게 대항력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실무 문서입니다.
보증기관이 이런 문서를 내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인수 부담이 남아 있으면 물건이 계속 유찰되고, 유찰될수록 매각대금이 줄어 자기가 배당받을 금액도 줄어듭니다. 인수 부담을 없애 낙찰가를 올리는 편이 회수에 유리합니다. 즉 확약서는 선의가 아니라 회수 극대화를 위한 선택입니다. 그래서 물건 조건에 따라 낼 수도, 안 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효력입니다. 이 문서가 낙찰자를 실제로 보호하려면 법원 절차 안으로 들어와 있어야 합니다. 사설 경매정보 사이트의 요약란에 “대항력 포기 확약서 제출”이라고 적혀 있는 것과, 법원이 작성한 매각물건명세서에 인수 여부가 기재되는 것은 무게가 전혀 다릅니다.
매각물건명세서는 매각기일 1주일 전부터 열람할 수 있습니다. 기재 내용과 실제가 달라 낙찰자가 예상하지 못한 부담을 지게 된 경우에는 매각불허가나 매각허가결정 취소를 다툴 여지가 있지만, 사설 정보지를 믿고 들어간 것은 구제 대상이 아닙니다.
5. 입찰 전 확인 순서
- 매각물건명세서를 직접 열람해 인수 여부가 어떻게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이것이 1순위다.
- 확약 주체가 제3조의2 제7항 각 호의 기관인지 확인한다. 임차권등기의 권리자 표시, 배당요구 서류에서 드러난다.
- 양수 금액이 보증금 전액과 일치하는지 대조한다. 차액이 있으면 그만큼 인수 위험이 남는다.
- 임차권등기가 말소되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지 등기부에서 확인한다.
- 배당요구가 배당요구종기 내에 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 인수 부담이 없다고 확정되면, 입찰가는 최저가가 아니라 시세에서 비용을 역산해 정한다.
6. 계산이 어떻게 달라지나
시세 4억 원, 선순위 대항력 임차인의 보증금 3억 5,000만 원, 유찰이 거듭돼 최저가가 2억 원까지 내려온 물건을 가정해 봅니다.
| 구분 | 확약서 없음 | 확약서 있음(전액 승계) |
|---|---|---|
| 최저가 | 2억 원 | 2억 원 |
| 인수 보증금 | 3억 5,000만 원 | 없음 |
| 최저가로 낙찰 시 실질 취득가 | 5억 5,000만 원 | 2억 원 |
| 시세 대비 | 1억 5,000만 원 초과 | 2억 원 여유 |
| 입찰 가능 여부 | 사실상 불가 | 시세에서 비용 역산 |
같은 물건인데 확약서 유무로 결론이 뒤집힙니다. 그리고 이 계산은 입찰자 누구나 할 수 있으므로, 확약서가 붙은 물건은 경쟁이 몰립니다. 최저가가 낮게 표시된 채로 경매정보 사이트 상단에 노출되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경계할 것은 경쟁 자체가 아니라 경쟁을 의식해 상한선을 넘기는 것입니다. 역산해서 나온 금액을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수익이 아니라 비용입니다.
다만 확약서로 인수 부담이 사라졌다고 해서 물건이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보증금 3억 7,500만 원이 확약서로 정리됐는데도 네 번 연속 유찰된 사례는 확약서로 3억 7,500만 원을 지웠는데 네 번 더 유찰됐습니다에 정리했습니다.
반대로 확약서로 임차인 문제가 정리됐는데도 갑구의 선순위 가등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었던 물건도 있습니다. 그 사례는 선순위 가등기 물건에 4명이 입찰한 기록에 정리했습니다.
정리
- 대항력 있는 임차권은 보증금 전액이 변제되기 전까지 매각으로 소멸하지 않는다(제3조의5).
- 보증기관은 양수한 금액의 범위에서 우선변제권을 승계한다(제3조의2 제7항). 일부 승계라면 나머지는 임차인의 권리로 남는다.
- 법이 정한 것은 우선변제권 승계이며, 대항력 포기 확약서는 법정 제도가 아니라 실무 문서다.
- 임차인이 대항요건을 상실하거나 임차권등기가 말소되면 보증기관도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제3조의2 제8항).
- 확약서의 실효성은 매각물건명세서 기재로 확인한다. 사설 정보지 요약은 근거가 되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금도 배당 재원을 먼저 줄이는 항목입니다. 기준 시점을 잡는 방법은 경기도 지역별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금 정리에서 다뤘습니다.
참고 조문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대항력 등), 제3조의2(보증금의 회수) 제7항·제8항·제9항, 제3조의3(임차권등기명령), 제3조의5(경매에 의한 임차권의 소멸)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 —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입찰 판단은 해당 물건의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등기부를 직접 확인한 뒤 내리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