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물건명세서에 “매수인이 소유권을 상실하게 됨”이라고 적힌 물건이 있었습니다. 법원이 그렇게 써놓은 물건에 4명이 입찰했고, 낙찰자는 잔금을 내지 않았습니다. 다음 회차에 또 한 명이 낙찰받았고, 그 사람도 잔금을 내지 않았습니다.
인천지방법원 2025타경5121** 오피스텔 사건입니다. 저는 2차 유찰 때부터 이 물건을 보관함에 넣고 지켜봤습니다. 들어갈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들어가지 않았고, 왜 그랬는지를 정리합니다.
법령은 2026년 9월 24일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했습니다. 개인정보는 마스킹했습니다.
1. 숫자만 보면 매력적인 물건이었습니다
| 소재 | 인천 부평구 부평동 오피스텔, 전용 68.70㎡(20.78평) |
| 감정가 | 230,000,000원 (토지 69,000,000 + 건물 161,000,000) |
| 최저가 | 112,700,000원 (49%) |
| 경매 종류 | 강제경매 · 채권자 주택도시보증공사 |
| 청구금액 | 220,000,000원 |
| 최선순위 설정 | 2021. 12. 23. 압류 |
감정가 2억 3,000만 원짜리가 1억 1,270만 원까지 내려왔습니다. 인천 1호선 부평시장역 인근, 부평동초등학교 북측입니다. 입지가 나쁘지 않은데 반값입니다.
등기부를 보면 소유자가 2021년 5월에 2억 2,000만 원에 매수했고, 채권자인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청구금액도 2억 2,000만 원입니다. 매매가와 전세보증금이 같습니다. 무자본 갭투자가 보증사고로 이어진 전형적인 구조입니다.
2. 임차인 문제는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이 물건에는 선순위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있었습니다.
| 점유개시 | 2021. 5. 10. |
| 전입신고 | 2021. 5. 11. |
| 확정일자 | 2021. 4. 21. |
| 보증금 | 220,000,000원 |
| 임차권등기 | 2023. 6. 19. (임차권등기명령) |
전입일이 2021년 5월 11일로 최선순위 설정(2021. 12. 23. 압류)보다 앞섭니다. 선순위 임차인이므로 배당으로 보증금 2억 2,000만 원이 전액 회수되지 않으면 나머지는 낙찰자가 인수합니다. 최저가가 1억 1,270만 원인데 인수액이 2억 2,000만 원이면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이 채권을 양수하고, 매각물건명세서에 이런 내용이 들어갔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임차인:이○윤) : 임차인 이○윤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 양수인으로서, 보증금 전액을 배당받지 못하더라도 잔존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포기하고 주택임차권등기 말소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확약서를 제출함
매각물건명세서 비고란
인수 부담이 사라집니다. 보증기관이 이런 확약서를 내는 구조와 그 한계는 보증기관의 대항력 포기 확약서,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깨끗한 물건입니다. 감정가 대비 49%, 임차인 문제 해소. 제가 보관함에 넣은 것도 이 지점이었습니다.
3. 갑구에 가등기가 있었습니다
갑구 순위 5번에 2021년 6월 22일자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가 있었습니다. 등기원인은 매매예약이고, 가등기권자는 개인입니다.
문제는 이 가등기를 후순위로 끌어내릴 권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을구를 보면 이렇습니다.
| 순위 | 등기목적 | 접수 | 비고 |
|---|---|---|---|
| 1 | 근저당권설정 (채권최고액 4,800만 원) | 2015. 4. 8. | 말소됨 |
| 2 | 1번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 | 2021. 5. 10. | 해지 |
| 3 | 주택임차권 | 2023. 6. 19. | 임차권등기명령 |
2015년에 설정됐던 근저당이 소유권이 넘어가던 2021년 5월 10일에 함께 말소됐습니다. 가등기(2021. 6. 22.)보다 앞선 담보물권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최선순위 설정은 2021년 12월 23일 압류가 됩니다. 가등기가 그보다 6개월 앞섭니다. 선순위 가등기입니다.
4. 담보가등기냐 아니냐가 전부입니다
선순위 가등기라고 무조건 못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성격에 따라 결론이 정반대입니다.
담보가등기라면 — 소멸합니다
돈을 빌려주고 담보로 걸어둔 가등기라면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됩니다.
제15조(담보가등기권리의 소멸) 담보가등기를 마친 부동산에 대하여 강제경매등이 행하여진 경우에는 담보가등기권리는 그 부동산의 매각에 의하여 소멸한다.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
같은 법 제13조는 순위에 관하여 담보가등기권리를 저당권으로 보고, 담보가등기를 마친 때에 저당권 설정등기가 된 것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즉 저당권처럼 배당받고 사라집니다. 낙찰자와 무관해집니다.
제가 2차 유찰 때 이 물건을 담아둔 이유가 이것입니다. 담보가등기로 확인되면 반값에 들어갈 수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담보가등기가 아니라면 — 인수합니다
매매예약에 기한 순위보전 가등기라면 가등기담보법의 소멸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선순위이므로 매각으로 사라지지 않고 낙찰자가 그대로 떠안습니다.
그리고 가등기권자가 본등기를 하면 낙찰자는 소유권을 잃습니다. 잔금을 다 내고 등기까지 마쳐도 소용이 없습니다. 근저당이나 임차보증금처럼 “얼마를 더 물어내는” 문제가 아니라 물건 자체를 통째로 잃는 구조입니다.
법원이 가려내는 절차가 있습니다
제16조(강제경매등에 관한 특칙) ① 법원은 소유권의 이전에 관한 가등기가 되어 있는 부동산에 대한 강제경매등의 개시결정이 있는 경우에는 가등기권리자에게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사항을 법원에 신고하도록 적당한 기간을 정하여 최고하여야 한다.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
1. 해당 가등기가 담보가등기인 경우: 그 내용과 채권의 존부ㆍ원인 및 금액
2. 해당 가등기가 담보가등기가 아닌 경우: 해당 내용
같은 조 제2항은 압류등기 전의 담보가등기권리가 매각으로 소멸되면 제1항의 채권신고를 한 경우에만 배당받을 수 있다고 정합니다.
즉 법원이 가등기권자에게 물어보고, 그 답이 매각물건명세서에 반영됩니다. 입찰자가 추측할 일이 아니라 명세서를 읽으면 되는 문제입니다.
5. 명세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의 “등기된 부동산에 관한 권리 또는 가처분으로 매각으로 그 효력이 소멸되지 아니하는 것” 항목입니다.
갑구 순위 5번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2021.6.22. 등기)는 말소되지 않고 매수인이 인수함. 만약 가등기된 매매예약이 완결되는 경우에는 매수인이 소유권을 상실하게 됨
매각물건명세서
담보가등기라는 신고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법원은 인수 대상으로 기재했고, 소유권 상실 가능성까지 명시했습니다.
여기서 제 검토는 끝났습니다. 담보가등기이기를 기대하고 지켜봤는데 아니었으니, 들어갈 이유가 없습니다. 소유권을 잃을 수 있는 물건은 할인율로 보정되지 않습니다. 반값이든 3할이든 마찬가지입니다.
6. 그런데 4명이 입찰했습니다
| 회차 | 매각기일 | 최저가 | 결과 |
|---|---|---|---|
| 신건 | 2026. 2. 4. | 230,000,000 | 유찰 |
| 2차 | 2026. 3. 19. | 161,000,000 | 유찰 |
| 3차 | 2026. 4. 20. | 112,700,000 | 매각 — 낙찰 128,754,700원(56%), 입찰 4명 2등 125,777,777원 |
| 4차 | 2026. 4. 27. | 매각결정기일 | 허가 |
| 5차 | 2026. 5. 29. | 대금지급기한 | 미납 |
| 6차 | 2026. 6. 29. | 112,700,000 | 매각 — 낙찰 113,900,000원(50%), 입찰 1명 |
| 7차 | 2026. 7. 6. | 매각결정기일 | 허가 |
| 8차 | 2026. 8. 11. | 대금지급기한 | 미납 |
| — | 2026. 9. 1. | 112,700,000 | 변경 |
3차에 4명이 경쟁했습니다. 1등과 2등의 차이가 300만 원이 안 됩니다. 명세서에 소유권 상실 가능성이 적힌 물건에 네 사람이 각자 계산해서 들어왔다는 뜻입니다.
낙찰자는 매각허가까지 받고 잔금을 내지 않았습니다. 허가 이후에 권리관계를 다시 보고 포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보증금은 돌려받지 못합니다. 인수 보증금 때문에 낙찰자가 두 번 연속 잔금을 내지 않은 다른 사례는 2억 4천만 원 낙찰, 두 번의 미납, 그리고 5천만 원 — 선순위 임차인 아파트 경매 기록에 정리했습니다.
이 물건이 재매각으로 넘어가면서 매수신청보증금이 최저매각가격의 10%에서 20%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도 6차에 법인이 단독으로 들어와 1억 1,390만 원에 낙찰받았고, 이 법인도 잔금을 내지 않았습니다.
몰수된 보증금을 계산하면 이렇게 됩니다.
| 회차 | 보증금 비율 | 금액 |
|---|---|---|
| 3차 (첫 매각) | 최저가의 10% | 11,270,000원 |
| 6차 (재매각) | 최저가의 20% | 22,540,000원 |
| 합계 | 33,810,000원 | |
두 사람이 합쳐 3,381만 원을 잃었습니다. 물건을 얻지도 못했습니다. 명세서 한 줄을 읽었으면 내지 않아도 될 돈입니다.
같은 함정에 두 번 걸린 물건입니다. 보증금이 두 배로 오른 뒤에도 걸렸습니다.
7. 왜 이런 일이 생기나
제 짐작으로는 확약서가 만든 착시입니다.
선순위 임차인 2억 2,000만 원이 걸린 물건은 원래 아무도 못 들어갑니다. 그런데 보증기관 확약서가 나오면서 그 벽이 사라졌습니다. “막혀 있던 물건이 열렸다”는 신호가 먼저 눈에 들어오면, 그 뒤로는 확인이 느슨해집니다.
게다가 명세서의 임차인 관련 기재가 길고 복잡합니다. 점유자가 네 명이고, 확약서 문구가 두 문단이며, 인수 관련 일반 주의사항까지 붙습니다. 그 아래에 있는 가등기 한 줄은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띕니다.
확약서는 임차인 문제 하나만 정리합니다. 갑구는 별개입니다. 이 두 가지를 한 덩어리로 묶어 “정리된 물건”으로 읽으면 이런 결과가 나옵니다.
8. 덧붙여 — 뒤에 들어온 임차인 두 명
현황조사서에는 전입자가 두 명 더 있었습니다. 2024년 11월 6일과 2025년 1월 23일 전입입니다. 보증금과 확정일자는 미상이고 배당요구도 없습니다.
이 두 사람은 임차권등기(2023. 6. 19.) 이후에 들어왔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6항에 따라 임차권등기가 끝난 주택을 그 이후에 임차한 임차인은 제8조의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없습니다. 배당 계산에서 이들의 최우선변제를 잡으면 안 됩니다. 이 구조는 임차권등기가 있는 물건, 입찰 전에 봐야 할 5가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9. 선순위 가등기 물건 확인 순서
- 갑구에서 가등기 접수일과 등기원인(매매예약인지 대물변제예약인지)을 확인한다.
- 을구에서 가등기보다 앞선 담보물권이 살아 있는지 본다. 말소된 근저당은 기준이 되지 못한다.
- 최선순위 설정일과 비교해 선순위인지 확정한다.
- 매각물건명세서의 “매각으로 효력이 소멸되지 아니하는 것” 항목을 읽는다. 여기에 가등기가 적혀 있으면 인수다.
- 담보가등기로 신고되어 배당 대상이 되었는지 확인한다. 신고가 없으면 인수로 본다.
- 인수로 기재된 선순위 가등기는 할인율과 무관하게 제외한다.
정리
- 담보가등기는 저당권으로 보아 매각으로 소멸한다(가등기담보법 제13조·제15조).
- 담보가등기가 아닌 선순위 가등기는 인수되고, 본등기가 되면 낙찰자가 소유권을 잃는다.
- 법원이 가등기권자에게 신고를 최고하고(제16조 제1항), 그 결과가 매각물건명세서에 나온다.
- 보증기관 확약서는 임차인 문제만 정리한다. 갑구는 따로 봐야 한다.
- 소유권을 잃을 수 있는 물건은 가격으로 보정되지 않는다.
이 물건은 2026년 9월 1일 기일이 변경된 뒤 새 매각기일이 아직 잡히지 않았습니다. 다시 나올 때 가등기가 그대로라면 조건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최저가만 더 내려갈 뿐입니다.
그리고 최저가가 내려갈수록 “이 가격이면 해볼 만하지 않나” 하는 판단이 다시 고개를 듭니다. 세 번째로 걸리는 사람이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참고 법령
-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제13조(우선변제청구권), 제15조(담보가등기권리의 소멸), 제16조(강제경매등에 관한 특칙)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임차권등기명령) 제5항·제6항, 제3조의5(경매에 의한 임차권의 소멸)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 —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제가 검토한 과정을 정리한 것으로, 특정 물건에 대한 입찰 권유나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권리관계는 물건마다 다르므로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등기부를 직접 확인하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